4월 24일 ~ 5월 26일까지 약 한 달 간의 훈련소 과정을 마친 847기 신병3대대 훈련병입니다. 기간 동안 느낀 점과 함께 이후에 입대하실 분들께 도움이 될 만한 글을 적어보려고 합니다! 현재 수료 외박을 나와서 PC방에서 빠르게 글을 작성하고 있는 관계로, 읽기 좋은 글은 아닐 것이라 의심되지만 ㅎㅎ 다음 기수 여러분들이 조금이나마 심신의 안정을 얻어가셨으면 좋겠습니다.
훈련소에 와서 느낀 공군의 장점
동기부여가 된다
우선 공군에 지원할 의사가 있는 분들이라면 자주 들으셨을텐데 학벌이 높으신 분들이 진짜 많습니다. 소대 내에서 고려대 다니는 사람 손 들어보라고 했을 때 7~8명 정도가 손을 들었던 걸 보았을 정도입니다.. (참고로 한 소대는 약 60명) 또한 학벌과 상관없이 회사 일을 하다가 오셨다거나, 시험을 준비하다가 오신 분들이 대부분이고, 모두가 자기계발 관련해서 반드시 한 두개의 목표를 갖고 있었습니다.
이런 분위기 덕분에 훈련소에서부터 자신에게 동기부여가 많이 될 겁니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도 꽤 있고 (같이 책 돌려보고 독서 토론 쌉가능) 종합이론평가 기간이 되면 다들 열심히 공부하니까 군대까지와서 면학 분위기(?)라는 것을 느낄 수 있답니다.
특기와 자대를 고를 수 있다
이것도 공군 장점으로 많이 거론되죠. 공군은 모든 훈련이 평가점수로 들어갑니다. 일단 기본적으로 아침뜀걸음부터 해서 유격과 화생방까지, 훈련을 해냈는지 아닌지로 점수를 매깁니다. 죽는 한이 있어도 내 한계를 뛰어넘어 훈련에 임하게 되기 때문에 이것 또한 장점이기도..(?) 합니다. 종합이론평가 라는 것도 있기때문에 열심히 공부한 만큼 정당하게 성적으로 내 운명을 결정할 수 있습니다.
육군은 아예 운빨이라 모든 걸 하늘에 맡겨야 하는 반면 공군은 선택권을 받는 거죠. 이게 스트레스로 작용하기도 하는데... 힘든 점 부분에서 이야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주차별 분위기
0주차 (격리 기간)
코로나로 인해 들어가서 처음 1주일 간은 격리 및 입단 준비 기간입니다. 이때 동안 보급품을 받거나 각종 검사 및 예방접종을 받으며 하루종일 호실 내에서 대기하게 됩니다. 처음 들어가자마자 신속항원검사 후 PCR 검사 한 번 하고(개아프게 후비니까 마음의 준비 하시기 바랍니다ㅋㅋ) 일주일 동안 코로나 검사만 4~5번 정도 하는 것 같습니다.
이 기간이 가장 힘들다고 차라리 훈련받는 게 낫다고 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개인적으로 저는 이때가 제일 행복했습니다. 하루종일 소설 읽고 떠들 수 있었거든요. 팁을 주자면, 괜히 유난부려서 자기계발서 이런거 갖고 가지마시고 꿀잼 소설들만 골라가시기 바랍니다. 3권 정도 갖고가시고 옆 동기들이랑 돌려보고 이야기하면 시간 훅 갑니다. (+졸릴 땐 푸쉬업이라도 하세요. 졸리면 안에서 운동이라도 하라고 혼내더라구요.)
또한 이때 동안 여러분은 아직 민간인입니다. '예비 훈련병' 이라는 명칭으로 불리게 되죠. 조교들은 소리치기만 할 뿐 크게 혼내는 일은 없기때문에 이상한 짓만 안 하시면(대놓고 퍼 잔다거나) 편하게 지내실 수 있습니다.
- 자주 듣는 큰소리는 "앞짐 뒷짐 풀어라!!!!!!!!!!!", "앞사람과 3m 거리 유지!!!!!!!!" 등이 있습니다.
1주차 (군인화 기간)
이때부턴 "여러분들은 이제부터 군인입니다." 라는 말을 시작으로 예비 훈련병이 아닌 '훈련병'이 됩니다. 아침점호와 저녁점호가 생기고 얼차려가 가능해집니다. 눈에 띄면 바로 엎드립니다. 특히 군인화 첫날에는 이유없이(이유가 없으면 만듭니다.) 소대장과 조교가 방을 돌아다니며 푸쉬업을 시킵니다. 하나에 "정신을", 둘에 "차리자".
이제 군인이 되었기 때문에 사회에서 가져온 옷은 모두 택배로 보내게 되며 보급받은 옷만 입어야 합니다. 복명복창, 관등성명 등등을 배웁니다.
06:00에 일어나면 바로 밖으로 뛰쳐나가 아침뜀걸음(1km)을 진행하게 됩니다. 이 기간동안 첫 전투뜀걸음(2km)을 진행하기도 합니다. 점점 나도 모르게 체력이 좋아지기 시작합니다.
- 자주 듣는 큰소리는 "차렷중에 누가 쳐 꼼지락거리냐!!!!!!!", "관등성명 안 배웠냐!!!!!!!!" 등이 있습니다.
2 ~ 3주차 (주요 훈련)
떠올려보았을 때 가장 바쁜 건 이때였던 것 같습니다. 식사 시간동안 외에는 똥 쌀 시간도 없이 바로 밖으로 부르기때문에 일기를 쓰고 싶어도 못 쓴 날도 있습니다. 기지방호, 각개전투, 유격 등등 주요 훈련들을 받게 됩니다. 그래도 이때부턴 호실원들이랑 많이 친해지기 때문에 떠들다보면 훈련 중 힘들어도 버팀목이 됩니다.
- 자주 듣는 큰소리는 "정숙해라!!!!!!", "속보로 이동해라!!!!!!!" 등이 있습니다.
4주차 (수료 주)
수료주가 되어서 많이 풀릴 줄 알았는데 그건 아니고, 마지막까지 꽤 바쁘게 보냅니다. 행군과 종합이론평가가 있고, 짐을 정리하고 이동시키느라 은근 밖에 있는 시간이 더 많습니다. 종합이론평가 직전에는 올타임 공부를 해야되기 때문에 초조한 기분으로 지내야 합니다.
수료 바로 전날에는 소대장님과 소대 조교님, 소대원들이 모두 모여 장기자랑 타임을 갖습니다. 웃긴 질문도 하고 작별인사를 하는데 지금까지의 노고가 주마등처럼 스쳐가며 시원하면서도 섭섭한 기분이 들기도 했습니다.
- "너네 아직 수료안했잖아!!!!!!" 소리를 자주 들은 것 같습니다.
주요 훈련 소개
각개전투
각개전투 훈련을 하기 전에는 "훈련은 전투다 각개전투!" 를 외치며 산을 누비는 모습을 상상했었습니다. 근데 그건 아니더라구요. 공군의 각개전투는 큰 운동장 모래바닥에 엎드려서 각개전투 자세를 배우는 훈련입니다. 이 훈련을 할 때 배틀그라운드 캐릭터들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팔꿈치 무릎 다 까져서 이틀 정도 아팠던 거 같습니다. 보호대 꼭 가져오시고, 잘 착용하시기 바랍니다.(하다보면 보호대가 흘러내려서 무용지물이 되더라구요)
유격
원래는 유격랜드라는 게 있어서 줄타고 장애물 넘고 그러는데, 847기는 유격랜드가 공사중이라 유격체조로 대체했습니다. (애초에 이전기수부터 일반 병사들에게는 항상 유격체조로 대체한다고 합니다.)
유격체조의 모토는 '체력의 한계를 뛰어넘는 훈련' 이라고 했던 것 같습니다. 조교도 대놓고 "못하겠으면 포기해" 라고 말하고 다니고 실제로 열외자들이 있었으니 상당히 난이도 높은 훈련이었겠네요. 체조 이후에 옆을 돌아보면 모든 훈련병들이 땀으로 샤워를 한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전투뜀걸음
1주차 때 2km / 2주차 때 방탄모+총기들고 2km / 3주차 때 3km입니다. (847기는 마지막 전뜀이 비 때문에 취소되었습니다. 3km가 진짜 힘들다는데.. 뺑이치시기 바랍니다.)
객관적으로 봐도 가장 난이도가 높은 훈련이고 열외자가 한 소대에 한 두명씩은 나옵니다. 하나~ 둘~ 속도에 발걸음을 맞춰야 하기 때문에 정직하게 임할 수록 난이도가 천차만별입니다. 팁을 주자면 최대한 공중으로 점프를 적게하시고 아줌마 걸음 느낌으로 뛰시기 바랍니다.
화생방
화생방은 생각한 것보다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방독면을 잘 착용했을 때 기준으로요. 방독면만 잘 끼면, 정화통 분리한 뒤 숨 참고(10~20초) 정화통 끼고 내뱉으면 가스를 마실 일이 아예 없습니다.
그래서 '뭐야 별거 아니잖아?' 하고 다 끝나고서 방독면을 벗고 들어가보았습니다. 질식사할 것 같은 느낌, 토할 것 같은 느낌, 폐와 목구멍이 불타는 느낌이 납니다. 참교육을 당했죠. 방독면 잘못끼신 분들은 이거에 방독면 특유의 답답함도 느껴졌을테니 더했을 겁니다. 60초 안에 완벽히 착용해야 하기때문에(착용 못해도 들여보냅니다) 방독면 착용 연습 자주하셔야 합니다! (나중에 평가도 봅니다)
사격
이 사격 훈련이 종합이론평가 다음으로 점수가 높습니다. 사격 한 발당 등수가 100등씩 변동이 일어난다고 할 정도입니다. 잘 쏘는 법은 '하라는 대로 쏘기' 그리고 '영점 조절을 신중히 하기' 입니다. 저는 영점 조절과 호흡 문제로 인해 2발을 놓쳐서 10발 중 8발을 맞췄습니다. 무시할 수도 있지만 은근 호흡이 엄청 중요합니다. 실전에선 사격 과녁을 꽂으러 뛰어갔다 오기때문에 숨이 잘 안 쉬어지기도 하거든요.
+ 남들 빨리 쏜다고 눈치보지 말고 침착하게 천천히 쏘세요.
힘든 점
찝찝함
진주는 비가 많이 오나봅니다. 비가 오면 우산이 아니라 우의를 입고 다니는데, 낡아서 그런 건지 조금씩 새는 경우가 있어서 옷이 다 젖은 상태로 실내에 들어옵니다. 그 상태로 밥을 먹고 수업을 들을 때 찝찝함의 기분은 아직도 잊을 수 없습니다. 그리고 훈련 중에 항상 모자를 끼거나 방탄모를 끼는데 늘 머리에 땀이 솔솔 맺혀서 개답답합니다. 냄새는 말할 것도 없죠.
평가
훈련때문에 몸도 힘들지만 정신적으로 더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 모든 것이 성적으로 들어가다보니 군대까지와서 학업(?) 스트레스를 느끼게 됩니다.
마지막 주차에 종합이론평가라는 것을 보게 되는데, 강당에 앉아서 교관님들의 PPT 수업을 들으며 필기 후 공부하여 시험을 보는 식입니다. 화생방 이론, 공군의 역사, 한국사 등등을 배웁니다. 생각보다 양이 많아서(과목이 20개정도 됩니다.) 틈틈히 공부량을 채워야합니다.
또한 실습평가라는 명목으로 따로 시간내서 평가하는 항목들이 있습니다.
- 제식 (우향우, 경례 등등)
- 체조 (1번부터 12번까지 다 외워야 함)
- 방독면 착용법
- 각개전투 자세
관물함을 잘 정리했는지, 면도와 손톱 관리는 잘 하고 있는지도 봅니다. 거의 뭐 SF영화에 나오는 엘리트 학원에 온 기분이 들어요. 분명 관물함을 잘 정리했던 것 같은데 까인 동기도 있었습니다. 기분이 어땠을지.. ㅠㅠ 꽤 깐깐하게 잡아요.
팁
- 준비물은 가져올 수 있는 만큼 가져오는 게 승리자입니다. 괜히 가져왔다 싶으면 택배로 내보낼 때 넣으면 끝입니다. 노트랑 필기구 좋은 걸로 많이 갖고오시고, 상식 선에서 필요한 거 다 갖고 오세요. 금지물품이라 알려진 것들 외에는 찔릴 일도 없고 검사도 안합니다.
-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생활관 내에서 운동하면 좋습니다. 훈련 대비해서 체력 키워놔야 되니까요. 버피테스트 추천합니다.
- OO근무 라는 게 있습니다. 소대나 호실 내에서 특정 도우미 역할 담당하는 거예요. 사실 상위권들은 이론평가 점수가 비슷비슷하기 때문에 이 근무 여부로 뒤집힙니다. 가위바위보로 뽑으니까 다 도전해보시기 바랍니다. (소대근무, 행정근무 제외)
- 지나친 걱정은 오히려 도움이 됩니다(?). 저는 더 최악의 상황을 상상했었기 때문에 걱정한 거에 비해선 별 거 아니였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훈련 받는 그 순간에는 죽도록 힘들지만 끝나고 나면 '뭐야, 나도 할 수 있잖아?' 라는 생각이 들겁니다.
마치며
대대장님이었나 중대장님이 초반에 이런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지금은 좀 힘들지 몰라도 적응돼서 마지막엔 떠나기 아쉬울 걸?"
이게 진짜더라구요. 이제는 정이 든 "기상! 기상! 터벅터벅-"을 못 듣는다니. 서로 본심을 주고받은 열댓명의 동기들과 헤어져야 한다니. 사회에 나오니까 벌써 훈련소가 그립고 아쉽기도 합니다. (물론 말이 그렇단거지 다시 들어가라하면 죽어도 안드갑니다)
"이제 일주일 지났다!"
"이제 절반 깨졌다!"
"이제 D-10 깨졌다!"
"이제 일주일도 안 남았다!"
아득했던 시간이, 한 번 지나기 시작하면 휙 지나가버리는 것 같습니다. 1억년 버튼을 눌렀다가 확 눈을 뜬 느낌이랄까요? 지금 세상에 나와서 키보드를 치고 있다는 것이 실감이 나지 않네요.
여러분들 중 '나 개 폐급인데 어카지' 라고 걱정하시는 분들도 있을 겁니다. 저도 개 폐급이었으니 여러분들도 할 수 있습니다! (소대 포인트를 자꾸 잘못 서거나 총기 문제로 혼나거나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여러분들이 어떻게 생활하든간에 시간은 똑같이 흘러갈 것이고, 고민해야 할 것은 '그 생활을 어떻게 의미있게 보낼 것인가' 라고 생각합니다. 생각이 잦아지는 날엔 훈련일지를 꽉꽉 채워보시고 동기들이랑 터놓고 이야기를 주고 받아보세요.
저는 이제 특기학교에 들어가고 이후에 특기학교 후기로 돌아오도록 하겠습니다. 저는 정보통신학교 입니다.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리며, 궁금한 게 있을 때 댓글로 달아주시면 가능한 답변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공군에 입영하실 모든 분들 파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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